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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감으로 즐기는 와인 : 마시는 방법 5가지

by 엘라트리니티 2022. 12. 15.

와인 전문서를 읽으면 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와인을 이해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와인을 맛보는 것이다. 와인에 관한 지식을 늘리려면 책을 읽는 것이 좋지만, 즐거움과 실용성 면에서는 시음이 책보다 더 유익할 것이다. 결국 책도 보고 시음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부터 와인을 시음할 때 꼭 지켜야 할 사항을 단계별로 소개하였다. 해당 방법은 와인 전문가들이나 소믈리에들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왕이면 와인 한 잔을 미리 준비해놓고 있는 것도 좋다. 와인 시음은 기본적으로 색깔보기, 스월링, 냄새 맡기, 맛보기, 음미 이렇게 다섯 단계로 분류한다.

색깔 보기

 

와인 색깔을 보는 최고의 방법은 하얀색 배경, 이를테면 흰 냅킨이나 식탁보 따위에 와인잔을 비스듬히 대보는 것이다. 물론 기준이 되는 색깔은 시음하는 와인이 화이트 와인인지 레드 와인인지에 따라 다르다. 다음 그림은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의 색상표인데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더 오래된, 즉 빈티지가 더 오래된 와인이다. 색깔에는 와인에 대한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물론 다들 같은 와인을 마시면서도 색깔에 대한 인식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누가 옳고 그르다고는 말할 수는 없으니 대략적인 느낌만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색상 비교표


스월링(Swirling, 잔 흔들기)

 

잔을 흔드는 이유는 와인에 산소를 공급해 맛과 향이 더 우러나오게 하기 위한 것이다. 와인잔을 흔드는 행위는 공기와 닿는 표면적을 증가시켜 에스테르, 에테르, 알데히드가 나와 산소와 결합하여 와인의 부케가 발산되게 한다. 즉, 와인을 공기에 노출시킴으로써 더 많은 부케와 아로마를 발산시키게 되는데 ‘부케’란 와인의 총체적인 냄새이며 ‘아로마’는 포도의 냄새다.

한편 와인 시음가들은 와인의 부캐와 아로마를 통틀어 ‘노즈(nos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와인 향은 보통 10년 정도 된 오래된 와인에서 맡아지는 향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갓 구운 빵’ 냄새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정말 출근길에 지나치는 베이커리에서 맡을 수 있는 바로 그런 냄새이다.

냄새 맡기

 

냄새 맡기야말로 와인 시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은 네 가지 맛, 즉 단맛, 신맛, 쓴맛, 짠맛밖에 느낄 수 없다. 하지만 후각의 경우, 보통사람이 맡을 수 있는 냄새는 2000가지가 넘으며 와인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도 200가지 이상이다. 와인잔을 스월링하여 부케를 발산시켰다면 이제 최소한 세 번 와인의 냄새를 맡아보라. 세 번쨰 냄새를 맡을 때는 첫 번째 냄새를 맡았을 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 스타일을 파악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각 포도 품종의 냄새를 ‘기억’해두는 것이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대표적 품종인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리슬링 세 가지만 기억해두면 된다. 각각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때까지 냄새를 몇 번이고 맡고 또 맡아보라. 레드 와인의 경우는 좀더 까다롭지만 이 역시 세 가지 대표적 품종을 꼽을 수 있다. 바로 피노 누아르, 메를로, 카바르네 소비뇽이다. 미사여구를 이용하지 않은 채 그 냄새 자체를 기억해놓는다면 와인을 선별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맛보기(시음)


사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와인을 맛본다는 것은 그냥 한 모금 마셨다가 바로 삼켜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맛을 보는 것이 아니다. 맛을 보는 데는 미뢰를 활용해야 한다. 미뢰는 입 전체에 퍼져있다. 혀의 양면과 밑과 끝에, 목 안쪽에까지 뻗어 있다. 그런데 와인을 들이키고 바로 삼켜버리는 것은 그 중요한 미뢰들을 무시해버리는 샘인 것이다. 와인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3~5초 정도 입에 머금고 있다가 삼킨다. 그러면 와인이 데워지면서 부케와 아로마에 대한 신호들이 콧구멍을 타고 뇌의 후각 영역인 후각망울에 닿았다가 다시 대뇌 변연계로 옮겨간다. 냄새가 시음의 90%를 차지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와인을 맛볼 때에는 와인의 가장 두드러진 맛과 그런 맛에 대한 자신의 민감성에 유의하라 그런 맛이 혀나 입의 어느 부분에서 느껴지는지도 파악하라. 앞서도 언급했듯이 사람은 단맛, 신맛, 쓴맛, 짠맛의 네 가지 맛만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와인에는 짠맛이 없으니 와인은 세 가지 맛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겠다. 와인의 쓴맛은 보통 알코올과 타닌의 높은 함량으로 인해 생성된다. 단맛은 발효 후에 잔당을 남겨둔 와인에서만 난다. ‘시큼한 맛’으로 표현되는 신맛은 와인의 산도를 가리킨다.

단맛은 혀끝에서 가장 민감하게 감지되며 비교적 쉽게 감지해낼 수 있다. 산도는 혀의 양 옆, 볼과 목 안쪽에서 감지되며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과 비교적 가벼운 스타일의 레드 와인은 산도가 높은 편이다. 쓴맛은 혀 안쪽에서 감지되므로 목구멍을 넘어갈 때 느낄 수 있다.

타닌에 대한 지각은 혀의 중간 부분에서부터 시작되는데 타닌은 흔히 나무통에서 숙성된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에 들어 있다. 와인이 너무 어리면 타닌은 입 안이 마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반대로 와인에 타닌이 너무 많으면 타닌이 사실상 입 전체를 덮어버려 포도의 과일맛은 느끼지 못하게 한다.

타닌은 미각보다는 촉각으로 느낀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뒷맛이 존재하는데 밸런스가 좋은 와인은 유쾌한 뒷맛이 남으며 짧게는 1분, 길게는 3분 정도 맛이 남으며 모든 성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음미


와인을 맛본 후에는 잠시 동안 가만히 음미해보라. 방금 느낀 맛에 대해 생각하면서 느낌을 명확히 잡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음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라.

  • 와인의 바디가 라이트인가, 미디엄인가, 풀인가?
  • 화이트 와인이라면, 산도가 어느 정도인가? 너무 약한가, 딱 좋은가, 과한가?
  • 레드 와인이라면, 와인에 함유된 타닌이 너무 강하지나 떫지는 않은가?
  • 잔류 당분, 과일맛, 신맛, 타닌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성분은?
  • 성분의 밸런스가 얼마나 지속되는가? (10, 30, 60초 등)
  • 마시기 좋게 숙성되었는가, 아니면 더 숙성시켜야 하는가? 어떤 음식이 어울릴 것 같은가? .
  • 앞서 언급한 다섯가지 이 외에도 많은 질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지의 여부이다.

 

“그래서, 어렵고 복잡한 것은 다 제쳐두고, 그 와인은 당신의 스타일인가?”

 

맺으며


와인을 즐기는 것은 화랑에서 작품을 훑어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화랑에 가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그림을 본다. 어떤 작품에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는 첫 느낌이 말해준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그 작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진다. 화가가 누구일까? 작품 속에 감추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어떻게 그려진 걸까? 등등. 이런 궁금점은 와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작품을 와인으로 바꾸면 이해가 갈 것이다. 와인 애호가 역시 일단 마음에 드는 와인을 발견하면 그 와인에 관해 모든 것이 알고 싶어진다. 와인 메이커와 포도 품종과 원산지뿐만 아니라 블랜딩 와인이라면 블랜딩 내용도 궁금할 것이고 와인에 얽힌 역사까지도 알고 싶어지는 것이다.

좋은 와인이란 자신이 즐겁게 맛보는 와인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자신의 느낌이야말로 가장 정확히 와인을 감별할 수 있는 잣대다. 다른 이들의 취향을 무턱대고 따르지 말고 자신의 미각을 믿어보자. 술의 신 바쿠스가 오늘 밤 그대에게 신의 물방을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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