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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뉴트로(Newtro)' 과거의 향수에서 현재의 가치를 찾는다.

by 엘라트리니티 2022. 12. 13.

본래 복고는 수시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트렌드이지만 요즘에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뉴트로의 어원은 새롭다의 "New"와 복고의 "Retro"의 합성어로서 옛 것에서 재해석한 의미를 찾는다는 새롭게 발굴된 트렌드다. 기존의 레트로가 중장년층 기성세대의 향수와 추억이라면 뉴트로는 과거를 모르는 1020세대들이 옛 것에서 찾는 신선함으로 승부한다.


뉴트로는 과거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 현재를 파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질은 유지하되 재해석을 통해 현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뉴트로는 재현이 아니라 해석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뉴트로 트렌드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상충하는 두 개의 가치를 접목하여 본인들만의 독특한 스토리와 감수성을 낳고 있다. 젊은 층이 과거의 콘텐츠를 찾는 것은 본인들이 경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색다름’과 왠지 모를 ‘친근감’에 이끌려 과거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차별화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어떤 기업의 역사는 그 자체로 가치가 된다. 브랜드의 헤리티지, 즉 전통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믿음과 진정성까지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의 재발굴이다.

 

 

1970년대 진로 소주를 재해석한 ‘진로이즈백’은 2019년 4월, 출시 세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천만 병을 돌파했다. 주점은 물론 편의점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품귀 현상을 일으켰다. 중장년 세대에게는 추억화 향수를, 2030세대에게는 그때 그 시절의 여흥을 대리 만족하는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는 소주로 자리매김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식품도 예외는 아니다. 1982년 첫선을 보인 후 1991년까지 판매된 농심의 ‘해피라면’도 2019년, 20년 만에 부활했다. 중장년층에게는 1980년대의 디자인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층에게는 조리 시간이 무척 짧다는 간편함으로 어필했다. 이 제품은 출시 22일 만에 800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밖에도 벙거지 모자에서 힙색(hip-sack)까지 10대들의 빈티지 사랑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주로 서울 성수동이나 종로구 동묘 시장으로 쇼핑 투어를 간다. 부모님이나 할머니 세대가 입던 구제 옷을 사기 위해서다. 구제 옷은 ‘어디서 본 듯한’, ‘편한’ 패션이라는 장점에 본인의 개성까지 더할 수 있는 데다가 저렴해서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10대들은 투박한 디자인이 더 편하고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며, 순식간에 지나가는 패션 트렌드의 속도에 연연하지 않고 본인만의 호흡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복고 패션을 높게 평가한다.


SNS 세상도 뉴트로 감성 열풍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무대였다. 아날로그 감수성의 공간을 찾는 것에서 나아가 아예 사진을 흑백으로 찍으며 옛 감성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뒤 암실에서 흑백사진으로 인화해주는 흑백사진관의 인화율이 급증한 것이다. 인증샷과 SNS를 가장 확발하게 사용하는 20대가 흑백사진관 이용자의 45%를 차지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뉴트로 감성을 향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뉴트로가 단순히 과거의 추억을 재현해 경험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미학적 감성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20~30대 젊은 층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서울 을지로는 이제 최신유행을 뜻하는 영어 ‘힙(hip)’을 앞에 붙여 ‘힙지로’라고 불린다. 을지로 공구 상가 일대에 있는 노가리 골목은 매일 밤 약 1만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불야성을 이룬다. 5년 전만 해도 주로 50~70대가 주고객이었던 골목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몰리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오래된 호프집의 야외 간이 테이블에서 시작된 소박한 옛 음주문화가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마치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 것을 안다는 뜻으로 논어 위정편의 구절에서 나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대들에게도 부모님 삼촌이 지내온 시절들에게서 느껴지는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느껴지는 것이다. 뉴트로는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라 개성의 영역에서 현대인에게 또 하나의 정체성과 취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래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과거에는 이미 일어난 수 많은 데이터가 존재한다. 이걸 재해석하여 뉴트로화 하는 것만으로도 인류의 전체 역사에 필적하는 컨텐츠가 이미 있는 셈인 것이다. 앞으로도 단순한 과거의 재현을 넘어 역사적 가치가 살아있고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공간과 제품이 차별화에 성공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뉴트로가 2020년에는 더 가치 있는 해석과 창조의 결과를 창출해 디지털 세상의 진정한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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